글쓴이 : jk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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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3일 수요일 날씨 좋다.

 

드디어 배추.쑥갓을 솎아왔다.

내 얼마나 이날을 기다렸던가!!!

 

 

배추.쑥갓이 너무 너무 많아 솎아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엄청 힘이든다.좀 하니까 허리가 끊어질거 같고 다리는 정말이지 짤려나갈거 같다.도시  자식들 먹어라고 부지런히 갖가지 먹거리 올려 보내는 시골 어르신들은 도대체 어떤 몸과 마음일까.그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는 자식들은 잘 없을거야...요까짓거 뽑아놓고 나는 괜히 속상하다.땡볕 아래 허리 다리 아파가며 일하는 것도 힘든데 집에 가서 또 허리 다리 아파가며 하나하나 다듬어 이집저집 나눠줄거 생각하니까 본전 생각이 난다.그냥 우리 가족만 먹을까?

 

두달 내내 이 넓은 텃밭에 농사짓는 사람 제대로 구경 못해 봤는데 오늘은 삼삼오오 아주머니들이 텃밭 근처 땅에 자리 잡고 앉아 상추.쑥갓,시금치.열무를 손질하고 있다.솎아낸 양도 어마어마하다.수확량이 많아서인지 푸짐한 저녁밥상 생각 때문인지 나물 다듬는 아주머니들 웃음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끊이질 않는다.

나도 큰 비닐봉투 두개에 꽉꽉 담아 자전거 손잡이 양쪽에 걸고 집으로 달려오는데 내 마음은 그저 흥겹지만은 않다.저 자잔한 것들을 언제 다 손질하지...

 

마침 태영이네서 부르길래 옳지 잘됐다 나물 꾸러미를 들고 가서, 애들은 놀아라 하고 태영엄마도 나 신경쓰지 말고 할 일 하라 하고 한쪽에서 안면 몰수하고 막 상추를 다듬고 있으니까 태영엄마가 자기는 할 일 없다며 옆에 앉는다.'워킹맘'태영엄마는 마음씨까지 멋지네...

오늘 내가 솎아온 상추.쑥갓은 태영이네,태영이 이모네,4층 현우네와 우리집 이렇게 네 집이 골고루 나눠 먹었다.작고 어린잎들이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건네주는 내 얼굴도 건네받는 얼굴들도 함박웃음이다.

 

십여년전 큰 아이는 내가 멋모르고 농사지은 어린 상추잎을 먹어보고 맛있다며 그때부터 상추를 잘 먹게 됐는데 작은아이도 이렇게 상추맛을 알게 돼 너무 너무너무너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