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했어요... 좀 빨리 했어요...
제 밭에서 나온 배추 33 포기와 무 한 자루,시장에서 사 온 절인 배추 4상자  이렇게 담았어요.밭에서 뽑아온 배추와 무는 시장에 파는 것과 큰 차이가 나니까  한 삽십여 포기 담았지 싶어요.

우리집 김장은 좀 쉬워요.대구식이라 고춧가루.마늘.찹쌀풀에 무 갈아 넣고 굴.새우젓.멸치젓 넣어 배추에 쓱쓱 바르면 끝이예요.온갖 속을 다 준비하는 다른 지방과 크게 다르니까 저같이 느리고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한테는 딱 맞는 방법이예요.

 

지난 주말 남편 데리고 밭에 가서 배추.무를 가져 왔는데요 그 스산함을 잊을수가 없겠네요.좀 늦게... 해가 지려고 할 때 헐레벌떡 밭에 갔어요.산 입구에 왔을땐 어둑어둑 하고 추운 바람이 스스스 불어 이루말할 수 없이 서글퍼지더라고요.

좀 큰 밭 주인들이 산 위 텃밭까지 차를 가져와 배추.무를 실어나르는 모습이 간간히 보여 좀 위로가 되긴 했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어둑한 시간,무엇보다 봄.여름 내내 나를 웃고 울리게 만들어준 밭과 안녕하려고 하니 마음이 자꾸 슬퍼졌어요.
병들고 시들어 허옇고 바짝 마른 고추를 뽑아내고 누렇게 쪼그라든 무청과 배추를 뽑는데 어찌나 매서운 바람이 불어대는지, 이러다 감기들면 큰일난다고 얼른 가자고 콧물  훌쩍이며 남편이 바삐 손을 움직이는데 어째 나는 자꾸 일이 더뎌지는 거예요...마음  같아선 큰소리로 엉엉 한번 울었으면 좋겠다 싶어요...

 

저는 올해 이 밭에서 얼마나 큰 힘을 얻었는지 몰라요.무슨 힘을 그렇게 얻었니.. 하고 물으면 딱 뭐라고 대답을 못하겠어요.그런데 텃밭을 생각하면, 우리 집 늦둥이 동연이를 떠올리면 그저 씨익 흥겨워지고  제일 행복해지는 기분이 드는데 텃밭도 꼭 같은 기분이라면 이해되실까요...

텃밭에 드나들면서 흙을 참 사랑하게 된거 같아요.아니 진짜는 흙이 저를 사랑해준거 같아요.뭐든지 씨만 뿌리면 잘 자라주니까 처음엔 내 손이 신통하게 여겨졌어요.사실 얼마전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는데요 언젠가 책공부 모임에 어떤 회원이
"언니!! 흙은 원래 그래~ 화분에서 죽어가는 것도 땅에 심으면 다 살아나! 흙은 원래 그래!!"
이러는 거예요.
으윽~내 손이 아니라 흙이 그랬단 말인가??? 아윽~난 내 손 믿고 시골 가는데???

 

어쨌든 저는 다음 달부터 시골에서 살아요.내 손이 그렇든 흙이 그렇든 저는 이제부터 시골아낙으로 살아요.시골로 삶터를 옮기는데는 오만가지 이유가 있고 또 오만데서 힘을 얻었지만 텃밭도 절대 빼놓을 수 없지요.그래서 배추랑 무를 뽑는데 이제 내 밭을, 고마운 이 곳을 못 본다고 생각하니 어찌나 마음이 아픈지...
잘 있거라이~나는 너거 행님한테 가니까 너무 서운타 생각하지 말거라이~

 

그동안 제 넉두리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댓글 안달리는 글이라고 가족들에게 놀림 받았지만 저는 기록을 남긴다는 마음으로 혼자 흥겹게 글을 썼어요.잘 될지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는 제 시골살이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물론 제 기록을 남긴다는 마음이니까 댓글 부담 안가지셔도 되겠고요.ㅋ그럼 전 이사 앞뒤 복잡하고 바쁜 시간을 다 치루고 다시 흥겨운 마음으로 찾아올께요.그 때까지 건강들 하시고요...전 다시 돌아옵니다...

...I Will Be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