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우리 사회의 병통이다. 예전에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불렀다. 시골 부모들이 자식 대학 보내기 위해 농사에 요긴한 소를 팔아야 했다는 뜻이다. 지금은 어떤가? 인골탑(人骨塔)! 지금 대학은 학부모의 뼛골로 이루어진 것은 아닐까? 해마다 치솟는 대학 학비만이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퍼붓는 돈이 가히 천문학적이니까. 학원, 과외, 기타 사교육 모두 오로지 대학 가기 위해 있는 것 아닌가?

우리 삶에서 대학을 빼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적어도 지금보다는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 부모들은 사교육비, 학비 마련한다고 뼈 빠지게 일하지 않아 좋다. 아이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학원에서 모든 권리를 빼앗긴 채 노예처럼 보내지 않아도 괜찮다. 오로지 대학입시 말고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억지 외우기 공부에 골치 아플 일도 없다. 이제 친일, 독재를 찬양하는 역사 교과서를 배우고 외워야 할 판인데, 대학이 안중에 없다면 무시해버리면 된다. 모두 하지 않아서 좋은 것을 말했지만, 해서 좋을 일, 하고 싶은 일을 무한정 상상할 수 있다.

오로지 대학을 가기 위해 이 짓을 하는데, 대학은 왜 가려고 그러지? 정답은 먹고살만한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 그런데 대학졸업이 안정된 직장의 보증수표라면 대학 가기위한 아귀다툼을 그나마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 나온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기나 한가. 몇몇 소수를 빼면 다 비정규직이요, 그 소수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가야 하고 평생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그들도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삶의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은 하는 삶으로. 오로지 부를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 소박하지만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으로.

대학, 이 사회의 병통임이 분명하다. 지금 여기 행복을 위해 대학 안 가기, 안 보내기 운동을 벌어야 한다. 그래서 멋이나 재미라고는 뭐에 쓰려고 찾아보아도 하나도 없는 이 사회체제에 충격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대학도 정신을 차릴 것이다.

마침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께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대학 안 가기 운동을 펼치신다니 그 뜻에 진심으로 동의하며 적극 동참하려고 한다.

대학 안 가기, 안 보내기 운동과 함께 대안의 배움터를 마련하면 어떨까 한다.

온라인 동영상 강좌도 마련하고, 때로는 오프라인 특강도 하면 좋을 것이다. 재야에 있는 갖가지 교육프로그램 즉 집짓기, 옷 만들기, 목공, 요리 배우기 등등도 네트워크로 연결하면 다들 좋아하지 않을까?

또한 얼마간은 농사체험을 해보고, 또 얼마간은 노동체험을 해보는 등 몸으로 겪어보는 프로그램도 있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농사체험은 전국의 유기농 농가를 연결하고 노동체험은 각자 알아서 들어가야 하겠죠. 이런 체험 과정에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얻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학점을 주는 제도가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체험을 하고 감상문이나 보고서를 제출하면 학점을 주는 식 말이다.

부모들이 ‘아이들이 대학을 안 가면 뭐하지, 뭐 먹고 살지’ 하는 걱정을 할 텐데,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젊은이들이 나름대로 삶에서 자기 길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