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의 허술함에서 느낀 잠깐의 단상이지만 스크롤을 보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만,

 

부조리한 일상적 현실(불륜, 유괴, 살해)에 대해 스쳐 지나가듯이

터치한 부분이 참 뛰어나지 않았나 라는 생각입니다.

무거운 주제라 하지만 관객의 자리를 남겨두고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을

최대한 줄인 절제미를 보았다라고나 할까요?

 

우리들속에 있는 잠재되어 있는 의식의 한 단면도 짧은 대화로 처리한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밀양은 어떤 곳이예요?"

"한나라당을 지지하고...."로 표현되는 극히 일상적이지만 정치적인 성향의 대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는 명제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고 한국인의 정치적 관심도는 일류수준이라고 보는데 그 일류 수준이 왜곡되어 나타나는 선거의 현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토론 때와 투표소에서와 다르게 나타나는 이 허위의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반세기를 조금 넘긴 학습기간과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민주주의의 과정속에서 나타나는 일면일 뿐 계속적인 발전과정이라고 믿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로 보여지는 절규하는 주인공 신애의 모습에서

우리들 속에 있는 또 다른 허위의식의 단면을 보았다면 너무 한 것일까요?

부조리한 현실과는 다르게 '유지'되고 있는 교회안의 현실에서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편안함을 느꼈던 신애!  - 물론 제도화된 교회체제에 대한 긍정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보여지지 않았지요. -

 

절대의지에 대한 복종-용서와 화해를 청하고, 그것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통해 얻은 편안함이 결국 절대의지의 부정을 통한 분노와 도전으로  

처절하게 -약간의 정신이상증- 표현되는 모습은 아직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입니다.

 

인간의 자유의지이지만 절대의지에 의탁하여 용서하려고 했던 유괴살인범이 자신의 허락-피해자로서 가지고 있다고 보는 절대적 권한-도 없이 절대의지에 용서를 받았다는 말과 함께 너무나 평안해 보이는 모습을 보는 

순간, 절대적 권한이라고 믿었던 자신의 '용서'의 무 의미성에 끝없는 분노를 느끼며 절대의지에 대한 부정으로 내달리는 모습은 우리가 흔히들 쓰는 말로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니가 뭔데 날 울려" "니가 있다면 왜 이 꼴인거야" " 니가 도대체 누굴 용서한단 말이야" 등등...

 

당사자의 분노와 절규와는 아랑곳 없는 일상의 너절거리는 현실의 단면이라고 이해한 마지막 #- 약간 파인 곳에 고인 물, 나 딩구는 캔 등 -은 아직도 옥의 티라는 느낌인데 다른 분들은 그것에 대한 의미를 주시는 것 같군요.

감독이 관객의 자리로 남겨두고자 했던 부분이라면, 사계를 스치듯이 표현한다랄지 아님 햇빛이나 노을 또는 달 등으로 처리할 수도 있었지 않았나 싶은 대목입니다.

 

아마 절대의지의 산물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부분-창조론에 근거하여 느낄 수 있는 부분-보다는 인간의 자유의지로 이루어진(?) 현실을 강조하고 싶지 않았나 싶다. 

 

암튼 3대 영화제의 하나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 쥔 전도연과 송강호의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며 아울러 짜임있는 님의 평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