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17일 월요일 덥다...

 

"자전거 타는게 너~무 힘든데 이게 질려서 그러는걸까 아니면 더워서 그럴까?"
"...당연히 질려서 그런거지!"

 

어이구...내가 무슨 위로를 받겠다고 이런 어리석은 질문을 했을까...큰놈이 아무리 내 기를 죽여도 나는 당연히 더워서 그럴거라 스스로 세뇌시키면서 텃밭으로 고고고!!

오늘은 아침에 동연이 유치원 보내고 일찌감치 아파트를 나서는데 마을안 빈터에 농사지으시는 로사마리아 자매님이 역시나 텃밭에서 돌아오는 차림으로 자전거를 끌고 오신다.
"어머,안녕하세요!"
"어디 가요?"
"예,텃밭가요."
"...이렇게 늦게?"
엥? 난 오늘 엄청 빨리 가는건데...

 

지난번에 텃밭에서 옥수수 보고 찔찔 울면서  자주 오겠다고 그렇게 마음 먹었건만 결국 또 두주일을 넘기고 말았다.저번에 가을 텃밭 강사님 말마따나 내 밭은 최악의 주인을 만난거다.그건 그렇고 자전거 타는게 죽을맛이다.사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자면 요래 힘든건 꼭  더위 때문만은 아니다.지난 주말 나는 회에 돼지고기에 맥주에 소주에 매실주에 또 맥주 마시고 빵 먹고 라면 먹고 낮잠 자고 티브이 보고...아주 잘 한다 잘해! 넌 분명히 큰 벌 받을거야. 해서 지금 나는 벌을 받고 있는 중이다.헉 헉 헥 헥 컥!

내 밭은 최악의 주인을 만났지만 나는 최고의 텃밭 친구들을 만났다.이렇게 더디 다니러 오고 약 한번 뿌려준 일이 없는데 올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지들끼리 오손도손 잘도 자란다.
특히 너 고추야,넌 어찌그리 튼실하냐.옆집 뒷집 윗집 아랫집에서 불어오는 농약이라도 마시는겨? 어째 이리 잘 자라냐? 밭도 부실한데 병 한번 앓지 않고 주렁주렁 참 많은 고추를 달고 있네.

그리고 내 사랑 옥수수...산을 오르면서 어느 집 건가 설마... 했던 옥수수는  바로 내 밭에서 위풍당당 큰 키를 자랑하고 거기다 옥수수까지 달고 있지 않는가.그래도 무엇보다 오늘 나를 크게  감동시킨건 바로 콩이다.
요건 우리 동연이가 유치원에서 농촌진흥청 견학갔다가 받아온 콩을 집에서 심어 싹 틔운걸 혹시나 하고 밭에다 옮겨 심은건데 그동안 보이지도 않던 콩잎들이 오늘 보니 아주 무성하다.가만 들쳐보니 콩들이 제법 여물어가고 있다.

 

지난주 금곡동에서 가을텃밭 강의가 있었는데 그 때 강사님 말씀이 지금이 고비라고 하셨는데 나는 그 말씀을 들으면서 머리를 크게 끄덕였고  내년까지 갈거도 없이  배추농사는 아무래도 포기하는게...사실 이런 마음이었다.다른것보다 텃밭이 멀어 더운 여름날 가고 오고 하는게 정말 어렵고 벌레를 잡을 자신이 없어서다.

그런데 밭에만 왔다 하면 중독도 이런 중독은 없다.그냥 힘이 볼끈 솟고 팔 다리 허리는 말할 수 없이 아픈데 온 몸은 그냥 가볍다.이런 엉터리 표현이어디있겠는가마는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러니까 나는 지금 확실히 텃밭에 서서히 중독이 돼 가고 있는게 맞다.가을텃밭 강의때 오랜만에 만난 진솔엄마가 ,배추모종 심고 며칠후  바로 목초액을 뿌리라고 귀뜸해 주긴 했지만 예전에 텃밭할 때 벌래 천지이다가 단 한 포기도 못 건진 기억이 아직도 요렇게 생생한데...어쨌든 벌레가 생기면 바로바로 잡아줘야 배추모양이라도 나올텐데 으~나는 정말 자신없다.

 

음...그런데 배추씨는 언제 뿌릴까? 모종으로 할까? 그때 강사님이 서울배추라고 했던가? 그런건 어디서 구하지?

얼레레? 아줌마,지금 뭐하십니까?

우와~텃밭 중독! 이거 진짜 무섭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