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사회적 돌봄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생협안에서는 '두레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고요. 고령화사회를 맞이하여 생협조합원들의 워커즈노동으로 대응했던 일본 생협의 실천사례를 번역한 좋은 자료가 있어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필독과 토론을 바랍니다.

 

2. 이제 부자(父子)의 자립도 조금씩 조금씩

모자가정이나 부자가정이라는 말은 알고 있었지만, 그저 남의 일이지 제 자신에게 닥쳐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내의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한 무렵에는 그래도 어떻게든 집안이 돌아갔습니다. 마침내 입원해야만 하는 상태가 됐을 때에는 친척도 있고 이웃의 도움도 있어서 그다지 궁지에 몰리는 일도 없었고, 그저 아내의 병이 빨리 나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주치의로부터 아내의 병명을 통보받고, 멀리서 와 있던 친척도 오래 있을 수는 없다는 말을 듣자...

초등학생인 두 아이는 아직 엄마가 그리울 나이라서 어르고 달래며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언제까지고 일을 쉬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고, 앞으로 아빠인 내가 없는 시간을 어찌해야 좋을까 생각하다 지쳐버렸습니다.

구청의 복지서비스로부터 가사돌봄워커즈를 소개받고 곧장 전화했습니다. 정중하게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 “잘 다녀왔니?”하는 말을 건네줄 수 있도록 귀가시간에 맞추어 케어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알림장에 그날그날의 일을 세심하게 적어주시기도 하고,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의 영양을 생각하는 식단에 늘 감사했습니다.

아내의 병은 호전되지 못하고 결국 타계했지만, 그 후로도 지금까지 ‘워커’분이 줄곧 보살펴주고 계십니다. 어느 날 워커즈의 코디네이터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지는 않았는지, 학교에 가지 않는 일은 없는지, 알림장에는 적을 수 없는 것도 있어서 어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함께 식사하지 않겠느냐는 전화였습니다.

일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워커’분들이 한껏 모양을 내시고 와 주셨습니다. 아이들에게 “뭐가 맛있을까? 뭘 주문할까?”하는 말을 시작으로 ‘워커’분들이 분위기를 주도하셨습니다. 어느새 “아줌마가 해준 고기 조림이 맛있어” “아줌마가 해준 야채볶음이 맛있어. 다음에 그거 또 만들어줘” “이거 만들어줘” “그건 알림장에 써 놓을게” 연달아 이야기가 흘러갔습니다. 엄마와도, 친척과도, 이웃과도 다른 존재인 아줌마가 지신들의 가장 가까운 아군일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아이들도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요?

식사가 끝나고 ‘워커’분들은 자신들의 몫을 각자 정산(제가 대접할 생각이었는데 거절하셨습니다)하시고는 “아버님, 오늘 흔쾌히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셨습니다. 이분들이 없었다면 우리 부자가정은 어찌됐을까요? 보살펴주신지 벌써 8년이 지났습니다. 우리 부자의 자립도 멀지 않았겠죠?

요코하마시 조합원 H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