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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신재환 '그 곳을 향하여'展깨지기 쉬운 유리깎기 힘든 대리석오랜 연마 끝에 이어붙여`그 곳을 향하여` [사진 제공 = 갤러리41] 세상을 이루는 물질 가운데 유리와 돌처럼 대조를 이루는 소재도 없다. 유리는 깨지지만 돌은 단단하다. 그뿐인가. 빛의 투과 여부, 표면의 매끄러움과 거?. 돌은 자연의 시간이 쌓여 만들어지고, 유리는 인간이 일시에 개입해 형태가 도모된다. 돌과 유리를 조각하는 신재환 작가는 "돌과 유리가 한 몸의 외형을 이룰 때 생명이 부여된다"고 털어놓는다. 서울 삼청동 갤러리41에서 신 작가 개인전 '그 곳을 향하여'가 개막했다.돌조각 거장 전뢰진(92)을 6년간 사사한 신 작가의 첫 선택은 석조였다. 그러던 2017년, 그는 유리와 돌의 이질성과 동질성에 집중했다. 브라질과 이탈리아에서 온 대리석과 통유리를 다이아몬드칼로 절단한 뒤 에폭시로 시간의 지층처럼 이어붙였다. 재료 특성상 1m를 넘길 순 없었다. 짧게 30㎝, 길게는 70㎝ 길이의 표면이 연마기로 다듬어 매끈해졌다. 신 작가는 "유리의 성분 중 석영은 돌에도 함유돼 있다. 그래서 절단과 연마가 상호 호환된다"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다만 경도(硬度·단단한 정도)가 다르기에 유리가 깨지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그는 "조각사(史)에서 돌과 유리 분야는 분리돼 있는데, 두 예술의 경계선을 허물어 합일을 이룬다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작품 '그 곳을 향하여'는 70㎝짜리 탑을 연상케 한다. 검은 바탕에 흰 물결을 이루는 무늬의 대리석, 주홍빛 직선이 가미된 유리를 번갈아 붙인 뒤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었다. 불연속적인 탑은 시간이 담긴 지층처럼 느껴진다. 돌과 유리로 쌓은 탑은 고요한 명상의 공간일 '그 곳'으로 보는 이를 안내한다. 신 작가는 청각장애인이다. 그는 발화하는 상대의 입 모양을 보고 내용을 간파한다. 이날 대화도 주로 수기로 이뤄졌다. 한 작품을 남기는 데 보통 2개월쯤 소요되는 작업을 침묵 속에서 이어갈 때마다 그는 하나의 작품마다 마라톤을 완주한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어느 작가에게나 작업은 고행과 같은데 전혀 다른 소재를 '공존하게' 만드는 작업은 놀라운 과업"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신 작가 조각을 두고 "인간의 생멸에는 세월에 따라 켜켜이 쌓이는 과정만이 존재한다. 신재환의 조각은 바로 그 인생 염원의 탑, 자연의 원성을 그대로 지닌 돌과 유리만을 주재료로 사용한 정념의 탑"이라고 평했다. 전시는 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