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우리의 교육사는 교사, 학부모, 학생이라는 주체의 진전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사는 적지 않은 굴절의 과정을 경험해왔습니다. 학벌주의와 학력주의, 출세주의, 물질만능주의, 관료주의, 국가주의라는 이상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우리 학교와 아이들을 병들게 했습니다. 교육은 근본적으로 아이들의 삶을 성숙하게 만들고, 살찌우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실제 학교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정말 아이들이 행복해 하고 있습니까? 우리 자녀들이 학교를 기쁘게 다니고 있습니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것이 교육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학교 현실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학교의 일은 선생님들에게 맡겨 두곤 했지요. 하지만, 교사들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1989년 민족, 민주, 인간화를 외치며 1500여명의 교사들이 해직을 당하면서까지 전교조가 세워졌지만, 지금 이명박 시대를 돌이켜보면 상황이 크게 나아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노골적인 경쟁과 시장의 논리가 학교 요소에 침투하면서 더욱 교육 현장이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에 기대를 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학교운영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학교운영위에서 제대로 된 소통과 논의, 토론이 이루어지기보다는 거의 교장선생님의 거수기로 전락되어, 학교에서 제시된 안을 형식적으로 추인해주는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입시 경쟁은 더욱 격해지고 있습니다. 고3의 경쟁이, 고등학생 전 학년으로, 중학생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저학년으로 점차 내려오고 있습니다. 부모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노후 대비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꼬박꼬박 예체능비에, 교과사교육비로 평균 월60-70만원이 나가고 있습니다. 남들 다하는 사교육에 우리 아이만 낙오될 수 없을 것 같아서 학원에 보내기는 합니다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제로섬 게임을 반복해야 합니까? 밤늦게 학원에 있다가 오는 우리 아이의 모습은 무거운 책가방만큼 밝지 않습니다.

  각 지역은 어느새 공부 잘하는 학교와 못하는 학교, 잘사는 집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그렇지 못하는 학교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잘사는 집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위장 전입을 해서라도 보내려고 하지요. 과밀학급으로 학교가 숨 쉴 수 없습니다. 한편, 못사는 집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점점 학급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 빈부 격차가 안양과 과천에서도 심각합니다. 그런 여파가 학교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출범은 그래도 경기도에, 우리 교육에 희망이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교육전문가라는 교육위원들이 무상급식 예산을 절반 이상 삭감해버렸습니다. 농촌 지역의, 소외된 아이들에게, 작은 학교의 아이들에게 따뜻한 점심 한 끼 학교예산으로 주면 좋겠다는 소박한 취지의 공약을 그들은 서슴없이 내동강이 쳤습니다. 아이들의 행복과 건강에는 안중에도 없는 그런 수준의 교육위원들이 아직도 경기도에서는 어깨에 힘을 주며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어떻습니까? 슬럼화된 학교에 교장공모제를 통해서 혁신학교라는 모델로 변화를 만들어보려고 했습니다. 안양만 해도 아이들이 줄고 쇠락해가는 학교가 만안구나 동안구에 몇 개 학교가 존재합니다. 이제는 뭔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런 학교에 대해서 2억씩 지원해주고, 학급당 인원수를 줄여서 의미 있는 교육적 성과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혁신학교였습니다. 그러나 안양 과천에는 혁신학교를 신청한 학교가 단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학부모의 신청이 없었냐고요? 아닙니다. 학부모들의 열망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승진제 교장들이 그것을 거부한 것이지요. 학교는 아직도 교장선생님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니깐요. 아쉬울 때는 수요자 교육을 운운하지만, 결정적일 때는 자신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교육 정책을 결정합니다. 물론, 그럴듯한 포장을 합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교사들에게만 교육을 맡기기에는 그들의 어깨가 너무나도 무겁습니다. 돌이켜보면 참교육학부모회라든지 인간교육실현연대와 같은 학부모 단체가 있습니다. 이런 단체들도 겉보기와 달리 고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참여를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역에서 뿌리는 내린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기에, 학사모, 뉴라이트 등 보수진영에서 학부모 단체를 조직하였으니, 새로운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기 보다는 안티 전교조, 내지는 관변 단체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서 참다운 학부모 운동체로 여기는 것이 꺼려집니다.

  이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대통령 하나가 나라를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경기 교육을 혼자서 결코 바꿀 수 없습니다. 위로부터의 개혁은 결국 아래로부터 나타나는 개혁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그것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것입니다. 우리 교육 문제에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대안을 만들어갈 대안 세력이 없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안양의 시민운동사는 관록이 제법 있습니다. 그 정신이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시민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은 바로 어느 학교의 학부모이고, 어떤 학생의 학부모였습니다. 이제, 안양 교육 현장에서도 관행에 대해서 도전하며,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며, 변화를 열망하는 교사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학부모를 필요로 합니다. 단순하게 '학교임원을 하면 내 자식에게 도움이 될까'하는 수준에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노력과 발품으로 우리 학교를 조금이라도 좋은 학교로 만드는데 이바지할 수 있는 학부모는 없을까요? 학교와 학교간 학부모들의 연대를 통해서 좋은 것을 확산하고, 나쁜 것은 퇴출할 수는 없을까요? 고통스러운 우리 교육을 조금이라도 좋은 우리 교육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요? 획일화된 학교가 다양한 학교로 변화할 수는 없을까요?

  그것은 누군가가 아닌 나의 참여로부터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학교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해봅니다. 마침, 김상곤 경기교육감 체제의 출범은 그런 상상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높습니다.

  새로운 학부모 운동을 제안합니다.

우리의 삶을 힘들게만 하는 사교육 문제, 좋은 먹을거리로 만든 무료 급식, 너무 비싸기만 한 교복,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학교장의 학교운영,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학생 인권 문제, 쾌적한 학교 환경에서 교사와 학생이 그리고 학부모가 함께 엮어가는 양질의 수업,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학교,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특성이 존중되고 발휘되는 학교 이런 사항들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학교 모델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학교개혁을 추동해봅시다.

  우리아이들에게는 우리가 고통스럽게 다녔던 교육의 굴레를 더 이상 물려주지 맙시다. 우리 대에서 고통스러운 교육의 종지부를 찍고, 행복한 교육의 새 지평을 열어갑시다. 그것은 바로 참여하는 학부모를 통해서, 새로운 학부모 단체를 통해서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같이 고민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함께하시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학교, 살인적인 사교육 없는 세상

우리 아이들이 신나게 다니는 학교를 만들어 가도록 합시다.

나만이 너 만이 아닌 나, 너 그리고 우리는 큰 힘을 낼 수 있고,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웃음을 다시 찾아 줄 수 있습니다.

일 시 : 2009년 7월 7일(화) 오후 6시

장 소 : 안양 여성의 전화 ( 비산 사거리에서 구시가 쪽으로 50M 지점 ‘여자수산’ 2층 )